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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재천의 공부를 읽고 - 공부는 미리, 천천히, 스스로 경험하는 것

by vimva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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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책 표지

최근 동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유튜브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마침 독서 모임 회원이 최재천 교수님의 공부라는 책을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요즘 시대에 공부라는 화두는 누구에게나 관심을 줄 만한 주제이고, 나도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공부법에 능숙하지 못해 공부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된 "최재천의 공부". 그러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책은 공부법에 대해 정리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를 정리한 대화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공부법 자체보다는 공부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내가 너무 정리된 음식을 떠먹여주기를 바라는 게으른 태도로 책을 읽어왔다는 생각도 했다.

 

책에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지만, 개인적으로 요약해본 책에서 제시한 공부에 대한 세 가지 태도는 1) 공부는 천천히 2) 공부는 미리 3) 공부는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부는 천천히'였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익혀온 공부를 잘 한다의 개념은 문제를 맞추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얼마나 빨리' 푸는 지에 초점을 맞춰오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을 생각해보면, 제한된 시간에 수십 문항을 풀어야하기 때문에 실제 혼자 공부할 때도 시간제한을 걸어두고 그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훈련을 하고, '양치기'라는 방법을 통해 최대한 집중해서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사람보다 많은 문제를 푸는 것에 목을 매기도 한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겠지만 실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냐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그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것이 급하게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 보다 결과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예를 들어 나 같은...) 뭔가 빨리빨리 처리하려고만 하지 시간에 쫓기다 보니 결국 나 자신도 타인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물을 내게 되고,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감도 없어져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는 미리'해야 한다는 것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공부를 미리한다는 것은 공부를 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기보다는 빨리 하기 싫은 공부를 해치워버리고 다음 할 일을 해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보니 하기 싫은 마음에 할 일을 미루게 되고, 결국 미리 하지도, 빨리 하지도 못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던 것이다. 공부나 할 일을 미리 한다는 것은 그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내가 할 일을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는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라는 개념도 중요하다. 책의 저자가 동물학자이니 만큼 직접 정글에 가서 곤충을 채집하는 등 말 그대로 경험적인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시절 외교관이 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직접 대사관에 찾아가 외교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체험해보기도 하고, 해외의 저명한 교수님이 모교에 방문했을 때 유학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같이 직접 몸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이었다. 나는 상당히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대리 체험하고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업마저도 그저 제시된 자료를 수동적으로 읽을 뿐, 인지적 자원을 크게 들이지 않았다. 몸으로 행동하든 머리를 쓰든 중요한 것은 내가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능동적인 태도로 지식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글을 썼으니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 실행에 옮겨봐야겠다. 그래서 정말 귀찮긴 했지만 책을 다 읽자마자 이렇게 서평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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